236 10년 묵은 머리속 먹구름을 걷어내다. 기억력도 되살아난 느낌이다. 그 지긋지긋한 두통은 온데 간데 없고 기분은 날아갈 듯하다. 이것이 바로 자연정혈요법이구나. 내 병은 내가 고친다는 말이 바로 이것이로구나. 윤병○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내 병은 내가 고친다는 광고를 보고 나도 모르게 귀가 솔깃했다. 이것은 아마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보편적인 생각일는지 모른다. 날마다 터져나갈 듯이 아픈 두통, 항상 불쾌한 심정, 매사에 의욕을 잃고 하루하루가 지겹기도 하다. 단 하루라도 두통없이 살아보았으면 원이 없을 정도였다.
10여 년 전 고혈압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고 영대병원에서 관상동맥 확장수술을 받고 난 후 지금까지 지긋지긋한 두통을 호소하면서 못 견딜 정도로 괴롭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먹는 것이 무척 번거롭다. 하루를 살아도 두통 없이 맑은 정신으로 살아봤으면 싶은 것이 나의 소원이었다. 듣기만 해도 솔깃한 말, 내 병은 내가 고칠 수 있을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신반의하면서 교재를 구입키로 했다. 며칠 후 교재가 도착했다. 구세주를 만나듯이 부리나케 열심히 하루종일 읽었다. 그러나 무엇을 읽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팔순에 가까운 노인이 이제 와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 옛날 학창시절엔 남 못지않게 기억력이 좋았고 그리 총명치는 못해도 남의 뒤는 따라갈 정도였는데 이제 나이 들어 책을 펼쳐 놓으니 기억이 안 되는 것이 정상인지 모른다.
우리 나이에 친구들은 벌써 삼분의 일은 벌써 저승길로 행차하셨고 삼분의 일은 양로원이나 복지원에 위탁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간신히 기동하며 주는 밥이나 먹고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살아있는 친구들도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이, 또한 관절염이다 허리 디스크다 골다공증이다 하여 온전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나도 이들과 예외 일수는 없다. 만성두통에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며, 건망증이 얼마나 심한지 금방한 일을 모르고, 무슨 말을 하다가 잊어먹는 일이 비일비재다. 이런 내가 감히 자연정혈요법의 책을 읽고 내용을 터득할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된다 죽으나 사나 사혈해 보기로 하고 아내에게 기본혈인 신장혈에 사혈해 보기로 했다. 아내는 원래 겁이 많은 성격이라 못한다고 했다. 나는 애원했다. 내가 몸이 아파 누워 있으면 당신이 좋을 게 뭐야. 나 살리는 셈치고 해 보라고 했더니 나의 두통을 가까이에서 오랜 세월 지켜본지라 마지못해 서투른 솜씨로 신장혈에 사혈을 시작하였다. 예상과는 달리 사혈이 잘 되어 많은 어혈이 나왔다. 검붉은 어혈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어혈, 말로만 듣던 어혈, 이것이 어혈이구나 신이 나게 나오는 바람에 자꾸자꾸 뽑았다. 더 뽑고 싶었으나 한 컵 정도 뽑고 그만 두었다.
내 몸에 이런 악성 어혈이 있으니 어찌 내가 건강할 수 있을까 싶다. 그 날 밤 나는 모처럼 깊은 잠을 잤다. 전 같으면 밤에 서너 번은 깨기가 예사인데 사혈한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10일 후 다시 사혈하기로 하고 정혈요법 사이트를 열어보니 10월 31일 토요일 자격사시험이 있다는 광고를 보았다. 오늘이 10월 21일이니 꼭 10일 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자격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될 수 있을까 망설이다가 응시료를 홈뱅킹으로 송금하고 말았다.
그리고 책을 읽어 보았으나 여전히 머리는 팅하고 개운치 않았다. 문제를 읽고나서 사지선다형의 답을 읽는 순간 물음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고 만다. 몇 시간을 읽어 보았으나 선명한 판단은 나오지 않았고 머리만 팅하게 아플 뿐이었다.
무슨 도리가 없을까하고 망설이다가 문득 책상 위에 꺼져있는 컴퓨터 검은 화면 앞에 내 머리의 정상혈을 바라보았다. 정상혈에 사혈하면 어떨까? 책에서는 머리 사혈은 뒷머리 혈부터 사혈하라 했는데 지금 내 형편으로는 해 줄 사람도 없고 머리도 깎아야 하기에 부득이 응급처방으로 생각한 것이다. 마침 정상혈에는 대머리여서 머리 깎을 필요도 없었다. 5센티 부항을 걸어 보았더니 잘 붙었다. 부항에는 거의 생혈이고 어혈은 콩알만한 것이 2개 나왔다. 2부항에서도 생혈이 많으며 콩알만한 어혈 4개가 나왔다. 3부항 부터는 3센티 짜리 긴 부항을 걸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생혈은 거의 없고 순 어혈만 가득 나왔다. 새카만 어혈덩어리다. 마치 옛날 노인들이 피우던 길다란 대설대에 끼어 있는 댓찐 같은 것이었다.
10분 간격을 두고 부항을 바꿀 때마다 거의 어혈만 가득가득 나왔다. 내 몸에 이런 어혈이 꽉 차 있으니 어찌 온전하겠는가? 약 2시간 동안 신나게 뽑았다. 이 때 나는 악성 어혈에 대해서 적개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외쳤다. 오~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못난 이 사람에게 자연정혈요법을 공부할 기회와 인연을 맺어 주셨나이까. 감사합니다. 나는 이제 살았다. 그 지긋지긋한 두통도 단숨에 나을 것 같았다. 형언할 수 없는 상쾌한 마음으로 사혈을 마쳤다. 아마 이 때 뽑은 어혈은 두 컵은 넘을 것 같았다. 두루마리 휴지 한 개가 모자랐으니까.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혹시 부작용은 없을까하고. 그러나 그 날 밤 나는 모처럼 상쾌한 기분으로 깊은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하는 말이 당신은 어젯밤 죽은 듯이 그렇게 맛있게 자는 모습은 평생 처음 보았다고 했다.
책을 읽어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기억력이 되살아난 느낌이다. 그 지긋지긋한 두통은 온데 간데 없고 기분은 날아갈 듯하다. 이것이 바로 자정요법이구나. 내 병은 내가 고친다는 말이 바로 이것이로구나.
반신반의했던 나는 자정요법의 진의를 알게 되었다. 이론과 실기 내용을 읽으면서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로 비유한 학문의 깊은 뜻과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시험 날짜는 7일이 남았다. 예상문제집을 풀어보면서 이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온 종일 공부하고 또 밤에도 새벽3시까지 공부했다. 그러나 머리는 초롱초롱 맑았다. 전 같으면 단 한 시간도 책을 읽지 못했고 또 읽은 내용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정반대 현상이다.
내 머릿속 깊은 곳에 꼭 막고 있던 모세혈관의 어혈을 뽑아내어 맑고 깨끗한 영양이 풍부한 생혈이 흐르기 때문이 아니던가. 나는 여기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자격사 시험에 떨어져도 좋다. 내 머리 두통이 치료된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한 일이 아니던가. 그 어혈을 그냥 두었더라면 또 다시 중풍으로 쓰러졌을지도, 치매에 걸려 갖은 고생을 할지도, 지긋지긋한 두통과 싸울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던가. 생각하니 아찔하다.
이리하여 10여 년 전 중풍으로 쓰러진 뒤부터 하루도 개운한 날이 없던 나는 머릿속 짙게 끼어 있던 먹구름을 걷어내고 따뜻한 햇살을 마음껏 받을 수가 있었다. 이제는 책 읽기가 즐겁다.
자격사 합격번호 0911-28 윤병수○